[#62 현장스케치] 마을놀이터 마을숲│우리 아이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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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왜 그럴까’에서 ‘무슨 신호일까’로, 마을놀이터 마법숲과 함께한 육아이야기
- 주최 : 마을놀이터 마법숲 / 지원 :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강연이 시작된 뒤에도 강당 안은 꽤 분주했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을 돌아다니면 엄마가 뒤를 따라갔고, 아이를 안고 자리를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어린아이를 달래면서도 강연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이의 발달과 행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은 울고, 움직이고, 뛰어다녔다. 평소 강연장이라면 조금은 낯설었을 풍경이 이날만큼은 자연스러웠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한 강연장 자체가 하나의 ‘육아 현장’처럼 느껴졌다.
지난 9월 16일 오전 10시, 광명시육아종합지원센터 새빛강당에서 「우리 아이 왜 그럴까?」 강연이 열렸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부모와 아이를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비영리단체 ‘마을놀이터 마법숲’이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2026년 사업비 지원을 받아 마련한 자리다.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주제로 김남숙 보육교사, 김옥진 조산사, 곽윤철 소장이 함께해 임신과 출산, 발달, 수면, 놀이, 훈육 등 부모들이 실제 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고민을 나눴다. 각자의 가정 안에서 품고 있던 육아 고민을 밖으로 꺼내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지역 안에서 만든 것이다.
행사에 앞서 사전 질문이 150개 안팎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모든 질문을 다 다루지는 못했지만, 부모들이 일상에서 품고 있는 궁금증이 얼마나 다양하고 구체적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육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화센터나 어린이집은 언제부터 보내는 게 좋을까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잠을 잘 자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와는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요?”
각 질문은 부모라면 집에서 한 번쯤 검색해 봤을 법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답변을 듣는 동안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는 모습을 보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보는 넘치는데, 부모의 고민은 왜 줄지 않을까?”>
요즘은 육아 정보를 찾기 쉬운 시대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새로운 고민을 만들기도 한다. 수면 교육만 검색해도 서로 다른 방법이 나오고, 이유식이나 놀이, 훈육 역시 누군가는 꼭 해야 한다고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SNS와 영상 콘텐츠를 통해 다른 집의 육아 방식까지 쉽게 볼 수 있다. 정보가 많아졌다는 것은 동시에 부모가 판단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우리 아이만 이런 걸까’라는 불안도 생기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정답’이라기보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지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일지 모른다. 이날 강연은 바로 그런 고민을 풀어보는 자리였다. 부모들이 미리 남긴 질문을 중심으로 전문가 3인이 각자의 경험과 관점에서 답을 이어갔다.
같은 질문에도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나왔고, 어떤 의견은 공감됐지만 어떤 부분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나의 답을 정해주기보다 여러 관점을 비교해 볼 수 있어, 부모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육아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리였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전에, 부모의 마음부터 바라보기>
첫 번째로 나온 질문은 ‘화내지 않고 육아하는 방법’이었다.
김옥진 조산사는 아이에게 화가 날 때 바로 반응하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윤철 소장도 아이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남숙 보육교사는 숫자를 세며 호흡하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했다.
부모 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말 안 듣는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킬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답변은 오히려 부모 자신의 감정을 먼저 살펴보자는 방향으로 향했다.
‘청개구리처럼 말을 듣지 않는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질문에서도 비슷했다. 김옥진 조산사는 그 행동을 무조건 반항으로 보기보다 아이 나름의 놀이와 표현일 수도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행동도 ‘왜 말을 안 듣지?’라고 바라보면 고쳐야 할 문제가 된다. 반대로 ‘지금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하면 부모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
행사의 제목은 ‘우리 아이 왜 그럴까?’였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바꿔보자는 제안처럼 느껴졌다.
<“못하는 것을 돕는 것과,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돕는 것은 다르다”>
수면과 이유식에 관한 질문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경험해 보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곽윤철 소장은 아이가 음식을 흘리거나 숟가락을 서툴게 사용하는 과정도 배움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못 할 것으로 생각해 미리 대신해 주는 것과, 직접 해보도록 기다린 뒤 필요한 부분을 돕는 것은 다르다는 취지였다.
수면 역시 아이가 잠에서 깨거나 우는 순간을 모두 바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유식을 흘리는 것, 숟가락 사용에 실패하는 것,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보는 것까지. 서로 다른 행동처럼 보이지만, 모두 아이가 직접 시도하고 익혀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것과 아이가 직접 해볼 시간을 주는 것 사이에서 어디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아이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주고,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건네는 것에 가깝다. 부모가 조금 앞서 해결해 주는 대신 아이가 직접 시도하고 실패를 해볼 여지를 남겨주는 것. 강연 이야기를 들으며 ‘도와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놀이에도 꼭 거창한 준비가 필요할까?”>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부모가 좋은 자극을 주고 싶어 장난감이나 교육 도구를 준비하지만, 아이에게 꼭 많은 물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어린 시기, 특히 출생 후 1년 동안은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만져보거나, 주변의 평범한 물건을 이용해 노는 것 자체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놀아준다”기보다 부모가 아이의 놀이로 들어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부분을 들으며 ‘무엇을 사줘야 할까’보다 ‘어떻게 함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냄비 받침 하나를 두드리는 것도 놀이가 될 수 있고,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며 몸을 움직이는 시간도 놀이가 될 수 있다. 육아를 잘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 내려놓게 되는 이야기였다.
<아이를 만나기 전, 육아의 ‘방법’보다 먼저 생각하게 된 것>
현재 임신 중인 나에게 이날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참 고맙게 다가왔다. 아직 아이를 밤새 재워본 적도 없고, 이유식을 먹여본 적도 없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여본 경험도 없다. 수면 교육이나 훈육 같은 단어들은 아직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더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오히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참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을 하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빠르게 늘어난다. 출산 준비물을 알아보고, 젖병이나 유아 물품을 비교하고, 수면과 수유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육아를 시작하기도 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먼저 쌓인다.
그런데 강연을 통해 조금 다른 준비를 생각해 보게 됐다. ‘나는 아이를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인가.’ 아이를 말을 잘 듣게 만들어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직 서툴지만 스스로 경험하며 성장하는 존재로 바라볼 것인지. 아이가 예상과 다른 행동을 할 때 곧바로 문제라고 판단할지, 그 행동이 어떤 신호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지. 방법을 배우기 전에 ‘방향’을 생각해 두는 것이 부모가 되는 과정의 중요한 부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특히 이제 막 임신을 한 예비 부모들에게도 이런 자리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육아 문제가 닥친 뒤 해결법을 찾기보다 그 전에 아이를 바라보는 자신의 기준과 태도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에서 ‘무슨 신호일까’로>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부모 역시 항상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이날 김옥진 조산사가 남긴 말 가운데 하나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였다. 그리고 김남숙 보육교사는 아이들의 행동을 그저 ‘왜 저러지’라고 바라보기보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우리 아이 왜 그럴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두 시간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처음과 다른 질문이 남았다.
‘우리 아이는 지금 무슨 신호를 보내고 있을까?’ 아이를 바꾸는 방법을 찾기 전에 아이의 행동을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 역시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 혼자서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질문을 함께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작은 변화가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바꾸고, 나아가 육아 환경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시작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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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홀씨단 소개
공익홀씨단은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소속으로 공익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지역소식, 인터뷰, 공익칼럼 등을 작성하는 공익활동 기자단입니다.
시민기록자로서 사회적가치 확산을 위해 활동합니다.
- 주최 : 마을놀이터 마법숲 / 지원 :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강연이 시작된 뒤에도 강당 안은 꽤 분주했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을 돌아다니면 엄마가 뒤를 따라갔고, 아이를 안고 자리를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어린아이를 달래면서도 강연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이의 발달과 행동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은 울고, 움직이고, 뛰어다녔다. 평소 강연장이라면 조금은 낯설었을 풍경이 이날만큼은 자연스러웠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한 강연장 자체가 하나의 ‘육아 현장’처럼 느껴졌다.
지난 9월 16일 오전 10시, 광명시육아종합지원센터 새빛강당에서 「우리 아이 왜 그럴까?」 강연이 열렸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부모와 아이를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비영리단체 ‘마을놀이터 마법숲’이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2026년 사업비 지원을 받아 마련한 자리다.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주제로 김남숙 보육교사, 김옥진 조산사, 곽윤철 소장이 함께해 임신과 출산, 발달, 수면, 놀이, 훈육 등 부모들이 실제 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고민을 나눴다. 각자의 가정 안에서 품고 있던 육아 고민을 밖으로 꺼내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지역 안에서 만든 것이다.
행사에 앞서 사전 질문이 150개 안팎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모든 질문을 다 다루지는 못했지만, 부모들이 일상에서 품고 있는 궁금증이 얼마나 다양하고 구체적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육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화센터나 어린이집은 언제부터 보내는 게 좋을까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잠을 잘 자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와는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요?”
각 질문은 부모라면 집에서 한 번쯤 검색해 봤을 법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답변을 듣는 동안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는 모습을 보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보는 넘치는데, 부모의 고민은 왜 줄지 않을까?”>
요즘은 육아 정보를 찾기 쉬운 시대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새로운 고민을 만들기도 한다. 수면 교육만 검색해도 서로 다른 방법이 나오고, 이유식이나 놀이, 훈육 역시 누군가는 꼭 해야 한다고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SNS와 영상 콘텐츠를 통해 다른 집의 육아 방식까지 쉽게 볼 수 있다. 정보가 많아졌다는 것은 동시에 부모가 판단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우리 아이만 이런 걸까’라는 불안도 생기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정답’이라기보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지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일지 모른다. 이날 강연은 바로 그런 고민을 풀어보는 자리였다. 부모들이 미리 남긴 질문을 중심으로 전문가 3인이 각자의 경험과 관점에서 답을 이어갔다.
같은 질문에도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나왔고, 어떤 의견은 공감됐지만 어떤 부분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나의 답을 정해주기보다 여러 관점을 비교해 볼 수 있어, 부모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육아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리였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전에, 부모의 마음부터 바라보기>
첫 번째로 나온 질문은 ‘화내지 않고 육아하는 방법’이었다.
김옥진 조산사는 아이에게 화가 날 때 바로 반응하기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윤철 소장도 아이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화가 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남숙 보육교사는 숫자를 세며 호흡하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했다.
부모 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말 안 듣는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킬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답변은 오히려 부모 자신의 감정을 먼저 살펴보자는 방향으로 향했다.
‘청개구리처럼 말을 듣지 않는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질문에서도 비슷했다. 김옥진 조산사는 그 행동을 무조건 반항으로 보기보다 아이 나름의 놀이와 표현일 수도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행동도 ‘왜 말을 안 듣지?’라고 바라보면 고쳐야 할 문제가 된다. 반대로 ‘지금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하면 부모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
행사의 제목은 ‘우리 아이 왜 그럴까?’였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바꿔보자는 제안처럼 느껴졌다.
<“못하는 것을 돕는 것과,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돕는 것은 다르다”>
수면과 이유식에 관한 질문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경험해 보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곽윤철 소장은 아이가 음식을 흘리거나 숟가락을 서툴게 사용하는 과정도 배움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못 할 것으로 생각해 미리 대신해 주는 것과, 직접 해보도록 기다린 뒤 필요한 부분을 돕는 것은 다르다는 취지였다.
수면 역시 아이가 잠에서 깨거나 우는 순간을 모두 바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유식을 흘리는 것, 숟가락 사용에 실패하는 것, 스스로 놀잇감을 찾아보는 것까지. 서로 다른 행동처럼 보이지만, 모두 아이가 직접 시도하고 익혀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것과 아이가 직접 해볼 시간을 주는 것 사이에서 어디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아이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주고,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건네는 것에 가깝다. 부모가 조금 앞서 해결해 주는 대신 아이가 직접 시도하고 실패를 해볼 여지를 남겨주는 것. 강연 이야기를 들으며 ‘도와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놀이에도 꼭 거창한 준비가 필요할까?”>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부모가 좋은 자극을 주고 싶어 장난감이나 교육 도구를 준비하지만, 아이에게 꼭 많은 물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어린 시기, 특히 출생 후 1년 동안은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만져보거나, 주변의 평범한 물건을 이용해 노는 것 자체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놀아준다”기보다 부모가 아이의 놀이로 들어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부분을 들으며 ‘무엇을 사줘야 할까’보다 ‘어떻게 함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냄비 받침 하나를 두드리는 것도 놀이가 될 수 있고,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며 몸을 움직이는 시간도 놀이가 될 수 있다. 육아를 잘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 내려놓게 되는 이야기였다.
<아이를 만나기 전, 육아의 ‘방법’보다 먼저 생각하게 된 것>
현재 임신 중인 나에게 이날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참 고맙게 다가왔다. 아직 아이를 밤새 재워본 적도 없고, 이유식을 먹여본 적도 없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여본 경험도 없다. 수면 교육이나 훈육 같은 단어들은 아직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더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오히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참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을 하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빠르게 늘어난다. 출산 준비물을 알아보고, 젖병이나 유아 물품을 비교하고, 수면과 수유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육아를 시작하기도 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먼저 쌓인다.
그런데 강연을 통해 조금 다른 준비를 생각해 보게 됐다. ‘나는 아이를 어떤 존재로 바라볼 것인가.’ 아이를 말을 잘 듣게 만들어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직 서툴지만 스스로 경험하며 성장하는 존재로 바라볼 것인지. 아이가 예상과 다른 행동을 할 때 곧바로 문제라고 판단할지, 그 행동이 어떤 신호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지. 방법을 배우기 전에 ‘방향’을 생각해 두는 것이 부모가 되는 과정의 중요한 부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특히 이제 막 임신을 한 예비 부모들에게도 이런 자리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육아 문제가 닥친 뒤 해결법을 찾기보다 그 전에 아이를 바라보는 자신의 기준과 태도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에서 ‘무슨 신호일까’로>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부모 역시 항상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이날 김옥진 조산사가 남긴 말 가운데 하나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였다. 그리고 김남숙 보육교사는 아이들의 행동을 그저 ‘왜 저러지’라고 바라보기보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우리 아이 왜 그럴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두 시간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처음과 다른 질문이 남았다.
‘우리 아이는 지금 무슨 신호를 보내고 있을까?’ 아이를 바꾸는 방법을 찾기 전에 아이의 행동을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 역시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 혼자서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질문을 함께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작은 변화가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바꾸고, 나아가 육아 환경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시작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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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홀씨단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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