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현장스케치] (사)광명여성의전화│2026년 성평등주간기념 초대석 '최말자는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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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성평등주간 기념 광명여성의전화 특별 초대석
<61년이 걸린 명예회복: 최말자는 무죄다>
- 주최·주관: 광명여성의전화
- 후원: 사회복지법인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 광명희망나기운동본부
지난 9월 4일 오후, 광명시청 대회의실은 단단한 연대의 온기로 가득 찼습니다. 2026년 성평등주간을 맞아 특별 초대석 <61년이 걸린 명예회복: 최말자는 무죄다>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날 초대석의 주인공인 최말자 님은 1964년, 18세의 나이에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에 맞서 혀를 깨물어 스스로를 방어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법부는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며 최말자 님에게 ‘중상해죄’라는 멍에를 씌웠고, 언론은 사건을 자극적인 이름으로 소비했습니다.
그 후 반세기가 훌쩍 넘는 56년의 세월을 범죄자의 낙인 속에 살면서도 최말자 님은 끝내 존엄을 잃지 않았습니다. 2020년 마침내 재심을 청구했고, 피를 말리는 긴 법정 공방 끝에 2025년 9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최초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며 61년 만에 완전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무죄 판결 1주년을 앞둔 이날, 대회의실에는 사건의 당사자인 최말자 님과 방송통신대 동문이자 든든한 페이스메이커였던 윤향희 님, 법적 정의를 끝까지 다퉈낸 법무법인 지향의 김수정 변호사가 모였습니다. 그리고 (사)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정’이 진행을 맡아 세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었습니다.
초대석은 (사)광명여성의전화 전영미 대표의 개회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성평등한 사회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함께 말하고, 함께 행동하며,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과 활동가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61년 만의 기적, 그 뒤에 숨겨진 치열했던 5년의 기록>
사건 개요 안내에 이어진 대담에서는 무죄 선고 1주년을 맞아 세 패널이 지난 재심 과정과 무죄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소회를 나눴습니다.
1964년 당시 경찰은 정당방위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로 넘어가며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법정에서 “처녀가 왜 낯선 남자를 따라갔느냐”, “남자 하나를 평생 불구로 만들었으니 책임져라”라는 말과 함께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인권 침해가 자행되었던 과거가 생생히 증언되었습니다.
<판결문 속 허상을 깨트린 당사자의 또렷한 기억과 연대의 힘>
재심 과정에 함께했던 김수정 변호사의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김수정 변호사는 1심과 2심에서 재심 청구가 잇따라 기각된 후,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기자로부터 전해 듣고 사무실 문을 열며 환호성을 질렀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60여 년 전 사건이라 형사기록조차 전부 폐기된 상태였기에,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재심 개시 자체가 불가능한 사건에 왜 헛된 희망고문을 하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수정 변호사는 최말자 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사건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판결문만 보고 포기하려 했지만, 제 사무실을 찾아오신 최말자 선생님은 50여 년 전 그날의 날씨와 상황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김수정 변호사는 최말자 님의 확고한 기억과 증언을 통해 이 사건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재심 과정에 함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재심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여러 사람의 연대와 도움이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판결문에는 '가해자가 평생 말을 못 하는 불구가 되었다'는 이유로 과잉방어 유죄가 내려져 있었지만, 최말자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정작 그 사람은 군대도 멀쩡히 다녀왔고 말도 잘하며 살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한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님이 직접 가해자가 살던 마을로 내려가 탐문 취재를 벌였고, 가해자가 '말도 잘하고 군대도 잘 다녀왔다'는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를 확보해 주셨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방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결과, 판결 후 불과 6개월 만에 가해자가 신체검사 1등급을 받아 입대한 명백한 기록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사법부가 외면했던 진실을 밝혀낸 것은 거창한 권력이 아니라, 당사자의 온전한 기억을 믿고 현장에서 발로 뛴 이들이 빚어낸 연대의 힘이었습니다.김수정 변호사는 마지막 법정 변론 당시를 회상하며, 재판부를 향해 던졌던 메시지를 다시금 힘주어 전했습니다.
“이 사건은 결코 시대가 바뀌어 무죄가 된 것이 아닙니다. 60년 전 그때도, 지금도 명백한 정당방위였으며 국가 사법체계가 저지른 명백한 오판이었습니다.”
<후대 여성들에게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이어 윤향희 님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스터디에서 만학도로 최말자 님을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스터디에서 글자를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하던 최말자 님의 모습은 동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졸업 논문을 준비하던 중 선생님께서 50여 년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처음 털어놓으셨습니다.“
그가 곁에서 지켜본 최말자 님의 재심 신청 결심은 개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은 본인이 겪은 수치와 억울함을 푸는 것에 머물지 않으셨습니다. ‘반세기가 흘렀는데도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들이 넘쳐나고 고통받고 있다. 내 후대 여성들에게는 결코 이런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내 사건을 반드시 무죄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강한 책임감을 보이셨습니다.”
미래 세대 여성들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최말자 님의 단단한 결의는, 재심이라는 기나긴 사법적 투쟁의 문을 여는 결정적 불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독한 여정의 첫걸음에는 기꺼이 손을 맞잡아준 수많은 이들의 온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윤향희 님은 2020년 첫 재심 청구 기자회견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느꼈던 연대의 힘을 전했습니다.
“2020년 부산지방법원 앞 첫 재심 청구 기자회견 날, 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두려움에 손을 떨고 있던 우리 곁으로 전국에서 검은 옷을 입고 모여든 300여 명의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들을 보았을 때, '우리가 혼자가 아니구나, 이것이 바로 연대의 힘이구나'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국가가 외면했던 56년의 세월, 당당하게 배상을 요구할 것>
초등학교만 간신히 마치고 농사일에 매여 살다 환갑을 훌쩍 넘겨 중·고등 과정을 거쳐 대학 문을 두드렸던 최말자 님은,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18세 당시의 기억을 꺼냈습니다.
"꽃다운 18세에 성폭행을 방어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중상해죄 범죄자가 되어 한 평 남짓한 감방에 갇혔습니다. 창살 밖에서 울며 서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어떻겠습니까? 그 생각이 납니다.”
반세기가 훌쩍 넘는 동안 범죄자라는 억울한 멍에를 짊어져야 했던 최말자 님은 마침내 사법의 문을 다시 두드렸습니다. 2020년 재심 청구 이후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연이은 기각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용기는 대법원 파기환송이라는 역사적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최말자 님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아냈던 당시의 심경을 담담하게 풀어놓았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정작 법정에서 검사의 사과를 듣고도 그 진심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희망을 가졌죠. 이후 법무부 장관의 공식 사과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가슴의 멍에가 조금 풀리는 듯했습니다.”
최말자 님은 무죄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정보화 시대가 되었다지만, 여전히 범죄자는 고개를 들고 피해자는 숨죽여 우는 부조리한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싸움은 무죄 판결이라는 하나의 마침표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오히려 죄인이 되어 숨어야 했던 부조리한 역사를 완전히 매듭짓고, 후대 여성들이 더는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지막 발걸음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진행 중인 국가배상 청구 소송도 끝까지 당당하게 임할 것입니다.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송두리째 빼앗긴 내 반평생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살아생전 당당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진솔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청소년 성교육 활동가의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수정 변호사는 주저 없이 '무조건적인 지지와 비난 없는 태도'를 꼽았습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용기 내줘서 고맙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생명을 살립니다. 반대로 가해자에게는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지 못한 그 행동이 얼마나 비겁하고 부끄러운 것인지를 명확히 짚어주어야 합니다.”
진행을 맡은 ‘정’ 소장은 최말자 님이 그린 그림들에 대한 깜짝 소식도 전했습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한 여성의 생애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모아, 오는 11월 서울 인사동에서 예술인들과 함께 특별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에 응원의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 용기와 온기>
김수정 변호사는 최말자 님의 용기를 빗대어 "자신을 구하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결국 세상도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18세 소녀에서 백발의 노인이 되기까지, 61년 동안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최말자 님의 치열한 투쟁은 사법부의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잡았고, 오늘날 성폭력의 공포와 2차 가해 앞에 신음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커다란 우산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험난한 길에서 손을 놓지 않았던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침묵을 강요당했던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온 한 사람의 용기, 그리고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연대했던 수많은 이들의 온기가 모여 역사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오늘도 차별과 폭력의 그늘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이 자리가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존엄을 구하는 당신의 발걸음은 결코 혼자가 아니며, 끝내 세상을 바꾸는 가장 위대한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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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홀씨단 소개
공익홀씨단은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소속으로 공익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지역소식, 인터뷰, 공익칼럼 등을 작성하는 공익활동 기자단입니다.
시민기록자로서 사회적가치 확산을 위해 활동합니다.
<61년이 걸린 명예회복: 최말자는 무죄다>
- 주최·주관: 광명여성의전화
- 후원: 사회복지법인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 광명희망나기운동본부
지난 9월 4일 오후, 광명시청 대회의실은 단단한 연대의 온기로 가득 찼습니다. 2026년 성평등주간을 맞아 특별 초대석 <61년이 걸린 명예회복: 최말자는 무죄다>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날 초대석의 주인공인 최말자 님은 1964년, 18세의 나이에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에 맞서 혀를 깨물어 스스로를 방어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법부는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며 최말자 님에게 ‘중상해죄’라는 멍에를 씌웠고, 언론은 사건을 자극적인 이름으로 소비했습니다.
그 후 반세기가 훌쩍 넘는 56년의 세월을 범죄자의 낙인 속에 살면서도 최말자 님은 끝내 존엄을 잃지 않았습니다. 2020년 마침내 재심을 청구했고, 피를 말리는 긴 법정 공방 끝에 2025년 9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최초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며 61년 만에 완전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무죄 판결 1주년을 앞둔 이날, 대회의실에는 사건의 당사자인 최말자 님과 방송통신대 동문이자 든든한 페이스메이커였던 윤향희 님, 법적 정의를 끝까지 다퉈낸 법무법인 지향의 김수정 변호사가 모였습니다. 그리고 (사)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정’이 진행을 맡아 세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었습니다.
초대석은 (사)광명여성의전화 전영미 대표의 개회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성평등한 사회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함께 말하고, 함께 행동하며,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과 활동가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61년 만의 기적, 그 뒤에 숨겨진 치열했던 5년의 기록>
사건 개요 안내에 이어진 대담에서는 무죄 선고 1주년을 맞아 세 패널이 지난 재심 과정과 무죄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소회를 나눴습니다.
1964년 당시 경찰은 정당방위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로 넘어가며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법정에서 “처녀가 왜 낯선 남자를 따라갔느냐”, “남자 하나를 평생 불구로 만들었으니 책임져라”라는 말과 함께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인권 침해가 자행되었던 과거가 생생히 증언되었습니다.
<판결문 속 허상을 깨트린 당사자의 또렷한 기억과 연대의 힘>
재심 과정에 함께했던 김수정 변호사의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김수정 변호사는 1심과 2심에서 재심 청구가 잇따라 기각된 후,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기자로부터 전해 듣고 사무실 문을 열며 환호성을 질렀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60여 년 전 사건이라 형사기록조차 전부 폐기된 상태였기에,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재심 개시 자체가 불가능한 사건에 왜 헛된 희망고문을 하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수정 변호사는 최말자 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사건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판결문만 보고 포기하려 했지만, 제 사무실을 찾아오신 최말자 선생님은 50여 년 전 그날의 날씨와 상황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김수정 변호사는 최말자 님의 확고한 기억과 증언을 통해 이 사건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재심 과정에 함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재심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여러 사람의 연대와 도움이 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판결문에는 '가해자가 평생 말을 못 하는 불구가 되었다'는 이유로 과잉방어 유죄가 내려져 있었지만, 최말자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정작 그 사람은 군대도 멀쩡히 다녀왔고 말도 잘하며 살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한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님이 직접 가해자가 살던 마을로 내려가 탐문 취재를 벌였고, 가해자가 '말도 잘하고 군대도 잘 다녀왔다'는 마을 주민들의 인터뷰를 확보해 주셨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방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결과, 판결 후 불과 6개월 만에 가해자가 신체검사 1등급을 받아 입대한 명백한 기록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사법부가 외면했던 진실을 밝혀낸 것은 거창한 권력이 아니라, 당사자의 온전한 기억을 믿고 현장에서 발로 뛴 이들이 빚어낸 연대의 힘이었습니다.김수정 변호사는 마지막 법정 변론 당시를 회상하며, 재판부를 향해 던졌던 메시지를 다시금 힘주어 전했습니다.
“이 사건은 결코 시대가 바뀌어 무죄가 된 것이 아닙니다. 60년 전 그때도, 지금도 명백한 정당방위였으며 국가 사법체계가 저지른 명백한 오판이었습니다.”
<후대 여성들에게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이어 윤향희 님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스터디에서 만학도로 최말자 님을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스터디에서 글자를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하던 최말자 님의 모습은 동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졸업 논문을 준비하던 중 선생님께서 50여 년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처음 털어놓으셨습니다.“
그가 곁에서 지켜본 최말자 님의 재심 신청 결심은 개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은 본인이 겪은 수치와 억울함을 푸는 것에 머물지 않으셨습니다. ‘반세기가 흘렀는데도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들이 넘쳐나고 고통받고 있다. 내 후대 여성들에게는 결코 이런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내 사건을 반드시 무죄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강한 책임감을 보이셨습니다.”
미래 세대 여성들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최말자 님의 단단한 결의는, 재심이라는 기나긴 사법적 투쟁의 문을 여는 결정적 불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독한 여정의 첫걸음에는 기꺼이 손을 맞잡아준 수많은 이들의 온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윤향희 님은 2020년 첫 재심 청구 기자회견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느꼈던 연대의 힘을 전했습니다.
“2020년 부산지방법원 앞 첫 재심 청구 기자회견 날, 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두려움에 손을 떨고 있던 우리 곁으로 전국에서 검은 옷을 입고 모여든 300여 명의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들을 보았을 때, '우리가 혼자가 아니구나, 이것이 바로 연대의 힘이구나'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국가가 외면했던 56년의 세월, 당당하게 배상을 요구할 것>
초등학교만 간신히 마치고 농사일에 매여 살다 환갑을 훌쩍 넘겨 중·고등 과정을 거쳐 대학 문을 두드렸던 최말자 님은,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18세 당시의 기억을 꺼냈습니다.
"꽃다운 18세에 성폭행을 방어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중상해죄 범죄자가 되어 한 평 남짓한 감방에 갇혔습니다. 창살 밖에서 울며 서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어떻겠습니까? 그 생각이 납니다.”
반세기가 훌쩍 넘는 동안 범죄자라는 억울한 멍에를 짊어져야 했던 최말자 님은 마침내 사법의 문을 다시 두드렸습니다. 2020년 재심 청구 이후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연이은 기각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용기는 대법원 파기환송이라는 역사적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최말자 님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아냈던 당시의 심경을 담담하게 풀어놓았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정작 법정에서 검사의 사과를 듣고도 그 진심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희망을 가졌죠. 이후 법무부 장관의 공식 사과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가슴의 멍에가 조금 풀리는 듯했습니다.”
최말자 님은 무죄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정보화 시대가 되었다지만, 여전히 범죄자는 고개를 들고 피해자는 숨죽여 우는 부조리한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싸움은 무죄 판결이라는 하나의 마침표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오히려 죄인이 되어 숨어야 했던 부조리한 역사를 완전히 매듭짓고, 후대 여성들이 더는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지막 발걸음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진행 중인 국가배상 청구 소송도 끝까지 당당하게 임할 것입니다.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송두리째 빼앗긴 내 반평생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살아생전 당당한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진솔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청소년 성교육 활동가의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김수정 변호사는 주저 없이 '무조건적인 지지와 비난 없는 태도'를 꼽았습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용기 내줘서 고맙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생명을 살립니다. 반대로 가해자에게는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지 못한 그 행동이 얼마나 비겁하고 부끄러운 것인지를 명확히 짚어주어야 합니다.”
진행을 맡은 ‘정’ 소장은 최말자 님이 그린 그림들에 대한 깜짝 소식도 전했습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한 여성의 생애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모아, 오는 11월 서울 인사동에서 예술인들과 함께 특별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에 응원의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 용기와 온기>
김수정 변호사는 최말자 님의 용기를 빗대어 "자신을 구하는 일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결국 세상도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18세 소녀에서 백발의 노인이 되기까지, 61년 동안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최말자 님의 치열한 투쟁은 사법부의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잡았고, 오늘날 성폭력의 공포와 2차 가해 앞에 신음하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커다란 우산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험난한 길에서 손을 놓지 않았던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침묵을 강요당했던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온 한 사람의 용기, 그리고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연대했던 수많은 이들의 온기가 모여 역사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오늘도 차별과 폭력의 그늘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이 자리가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존엄을 구하는 당신의 발걸음은 결코 혼자가 아니며, 끝내 세상을 바꾸는 가장 위대한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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