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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익칼럼] 식탁의 경고 3│옛날에는 맞았고, 지금은 틀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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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경고 3. 옛날에는 맞았고, 지금은 틀린 것들』

· 10년 전, 맘카페의 아크릴 수세미 열풍
약 10년 전의 일입니다. 지금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아크릴 수세미가 당시에는 하나의 유행이었습니다. 살림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 사이에서는 아크릴 실을 구해 직접 수세미를 짜는 일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본래 수세미 용도로 만들어진 실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도안과 활용법이 공유되며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아크릴 수세미의 인기는 평범한 주부를 수세미용 아크릴 실을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의 운영자로 만들 정도였습니다. 미지근한 물만으로도, 혹은 아주 적은 양의 세제만으로도 기름때가 잘 제거되었고, 곰팡이가 피지 않아 삶아서 소독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오래 사용해 늘어진 수세미는 실을 다시 풀어 쫀쫀하게 짜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세제를 적게 사용하니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사람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친환경 수세미’라고 불렀습니다. 요리 레시피 나눔으로 시작된 맘카페 ‘82쿡’을 중심으로 아크릴 수세미의 장점과 제작 방법은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필자 또한 실을 구입해 다양한 모양의 수세미와 목욕 타월을 만들며 이 유행에 동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아크릴 수세미의 진실
그러나 이 ‘친환경’이라는 이름 뒤에는 미처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크릴 수세미는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진 합성섬유입니다. 즉, 플라스틱의 한 종류입니다.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고 기름 흡착력이 뛰어났던 이유 역시 이러한 소재의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이 수세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는 점입니다. 설거지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은 하수를 따라 하천으로 흘러가고, 결국 바다에 도달합니다. 그곳에서 작은 생물의 먹이가 되고, 먹이사슬을 거치며 다시 우리 식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더 아이러니한 사실은, 일부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를 거칠 필요조차 없다는 점입니다. 수세미에서 떨어진 미세한 조각이 그대로 식기에 남아, 우리가 먹는 음식과 함께 곧바로 입속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 아크릴 수세미, 버려야 할까요?
다양한 환경 관련 교육과 행사를 통해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주방에는 여전히 아크릴 수세미가 놓여 있습니다. 천연 수세미를 구해 사용해 보기도 했고, 삼베 수세미와 면 수세미, 옥수수 섬유 수세미까지 두루 경험해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름때를 제거하는 데 있어서는 아크릴 수세미의 흡착력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크릴 수세미를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 보면, 문제는 수세미 자체라기보다 매일같이 기름진 음식을 소비하는 우리의 식탁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기름을 많이 쓰는 조리 방식과 식습관이 바뀌지 않는 한, 가장 잘 닦이는 도구를 찾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 육류 위주의 식탁
2024년 3월 보도된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추정치 기준으로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00년 31.9kg에서 2022년 59.8kg으로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1인당 쌀 소비량은 같은 기간 93.6kg에서 2019년 59.2kg으로 줄어들며, 육류 소비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쌀 소비가 줄고 육류 소비가 늘어난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소득 수준의 향상은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더해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직접 요리해 먹는 식사가 부담으로 인식되면서, 조리가 비교적 간편한 육류 중심의 식품이 선호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건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게 되었고, 그 결과 쌀 소비량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한 번에 20kg이나 40kg씩 구매하던 쌀은 이제 10kg 단위로 소량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 무엇 보다는 어떻게
수세미를 바꾸기 전에, 어쩌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우리네 식탁의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효율과 합리성으로 평가받는 사회에서 식탁 역시 빠르고 간편한 방향으로 재편되었습니다. 냉동식품과 즉석 조리 식품이 일상이 되고, 조리가 쉬운 육류와 데워도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튀김류가 자주 오르게 된 이유입니다.

이러한 식탁의 변화는 설거지 방식과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기름기 많은 조리가 늘어나면서, 물만으로는 쉽게 닦이지 않는 그릇들이 쌓이게 되었고, 더 강한 세정력과 흡착력을 가진 도구를 찾게 되었습니다. 아크릴 수세미가 주방에서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환경을 생각해 천연 수세미를 선택해 보지만, 기름때 앞에서는 번번이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결국 다시 아크릴 수세미를 집어 들게 되는 이 반복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라기보다, 우리가 어떤 식탁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식탁이 기름질수록, 설거지는 더 강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환경 부담은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옵니다.

10년 전에는 친환경으로 각광받던 수세미가 이제는 버려야 할 애물단지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옳다고 여겨졌던 많은 선택들이 시간이 지나며 더 이상 온전히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대상이 되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기준 역시 고정된 답이 아니라, 시대와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질문되어야 할 개념임을 보여줍니다.

일회용 종이컵과 종이 포장재 또한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방수와 내구성을 위해 플라스틱 코팅이 필요했고, 그로 인해 실제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소재의 이름만으로는 환경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면으로 만들어진 에코백 역시 비닐봉투를 대체하는 친환경 소비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작·배포된 에코백이 한두 번 사용된 뒤 방치되는 현실을 마주하며, 과연 이것이 진정한 친환경 제품인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친환경’이라는 이름이 언제나 옳은 선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생산되었고, 얼마나 오래 사용되며,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폐기되는가” 일 것입니다. 친환경은 물건의 속성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과 생활의 태도에 더 가까운 개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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