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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공익홀씨단이 만난 사람] 꿈크리작은도서관│박경한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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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 사이에서 피어난 마을,  꿈크리작은도서관 박경한 관장과 꿈크리 사람들

산수유가 노랗게 터지고, 개나리가 담장을 넘고, 벚꽃이 하늘을 수놓는 계절이다. 봄은 언제나 이렇게 갑자기, 그러나 어김없이 찾아온다. 움츠렸던 것들이 일제히 고개를 드는 이 계절에 소하동 광명신촌2단지 안에도 겨우내 꺼지지 않았던 불빛 하나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문을 열면 책 냄새보다 먼저 사람 온기가 느껴지는 곳, 바로 꿈크리작은도서관이다. 봄볕처럼 따뜻하고 봄바람처럼 소박한 이 공간에서, 관장 박경한 님은 봉사자로, 활동가로, 그리고 이 동네 한 주민으로 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일 오전, 어린이날 행사 준비 TF 회의를 다녀온 직후였고, 오후엔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박 관장의 말은 또렷했고, 도서관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작은도서관이 마을과 주민들이 소통하는 중심이 될 수 있어요."

광명시에는 현재 등록된 작은도서관이 50곳이지만, 실제로 활동 중인 곳은 40곳 정도다. 저마다 동네 사정에 맞게 운영되고 있고, 꿈크리작은도서관도 그중 하나다.

"모든 작은도서관이 기본은 같지만, 동네나 주민에 맞춰서 운영해서 작은도서관마다 조금씩 특색이 달라요. 저는 주민들과의 화합,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어요. 단지 축제나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마을 분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게 목표예요."

물론 도서관은 책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박 관장에게 책은 목적이 아니라 매개였다. 책이 있으면 사람이 오고, 사람이 오면 이야기가 생기고, 이야기가 쌓이면 공동체가 된다. 그 단순한 믿음을 그는 이 자리에서 실천해 오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작은도서관들은 그 마을의 중심이 될 수 있어요. 멀리 공방에 가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 차를 타고 나가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우리 도서관에서 운영하면, 이분들이 가까운 곳에서, 거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잖아요. 그게 제가 이 공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배려라고 생각해요."



동대표에서 관장까지

박경한 관장이 도서관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이 단지에서 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작은도서관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도서관 운영위원회에 함께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아 운영위원으로 시작해 총무를 거쳐 지금의 관장에 이르게 되었다.

"작은도서관 업무가 도서 대출·반납만 있는 게 아니에요. 회계, 행정, 공모 사업 기획까지 전문적인 일이 정말 많아요. 누군가가 맡아서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선뜻 나서는 분이 없다 보니 제가 맡고 나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2020년에는 전환점이 찾아왔다. LH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도서관 내부를 전면 리모델링한 것이다. 낡고 정리가 안 되어 꽉 찼던 공간이 탁 트이고 밝아지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많아졌다.

"환경이 바뀌니까 오시는 분들 표정도 달라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도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동아리를 꾸려나가게 됐어요."

노력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경기도 작은도서관 평가에서 꿈크리작은도서관은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고 있으며, 2024년에는 전국 LH작은도서관 성과공유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경기도지사상과 광명시장 으뜸상도 그의 이력에 이름을 올렸다.

"상보다는 함께해준 봉사자분들과 주민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상은 제가 받았지만, 이 도서관을 만든 건 다 함께였으니까요."



광명시작은도서관협의회 부회장, 토닥이며 같이 걸어갑니다

박 관장은 꿈크리작은도서관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광명시작은도서관협의회의 부회장으로서 시 전체 작은도서관들을 연결하는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회장님을 보좌해서 광명시 여러 행사에 같이 활동하고 있어요. 오늘도 어린이날 행사 때문에 청소년수련관 준비 TF 회의를 다녀왔는데, 매년 어린이날 행사에 작은도서관협의회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거든요. 평생학습원 축제나 책 축제 때도 마찬가지예요. 추진위원회에 들어가서 회의하고, 행사 때는 부스 체험으로 함께 참여해요."

협의회는 작은도서관들이 각자 고립되지 않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정보를 나누고 연대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경기도 차원의 작은도서관협의회인 ‘경도협’과도 연결되어 있어, 시와 도를 오가며 정책 흐름을 파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박 관장은 좋은 프로그램이나 강사 정보가 생기면 다른 관장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연락이 오면 강사를 연결해 주고, 운영 노하우도 아낌없이 나눈다.

"좋은 것은 나눠야죠. 우리가 서로 공유하고 토닥여줄 수 있는 건 같은 처지의 관장님들밖에 없어요. 서로 도와가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같이 공유하고 같이 발전해야 마을 전체가 좋아지는 거니까요."

광명시가 작은도서관 지원에 있어 다른 지자체보다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 도서관정책과 안에 작은도서관 전담팀이 있어 공모 사업 정보와 사업비 교부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경기도 내에서도 이런 시스템이 없는 곳도 있어요. 광명시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잘 돼 있어서 일하는 데 좀 더 수월하긴 해요."
다만 그는 한 가지를 덧붙였다. 지원 체계는 잘 갖춰져 있지만, 그 안에서 봉사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행정, 회계 업무는 여전히 크다는 것이다. 사업비를 받으면 정산 보고서에 증빙 서류까지, 온라인 플랫폼과 지면 서류를 이중으로 제출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작은도서관 관장님들은 모두 자원봉사자인데, 업무 내용이 전문적이고 업무량도 많아서 가끔 지칠 때도 있긴 해요."



프로그램이 동아리가 되고, 동아리가 공동체가 된다.

꿈크리작은도서관에는 현재 세 개의 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캘리그라피 동아리 '캘리를 줌하다', 보태니컬 동아리 '함께 그리는 정원', 뜨개동아리 '꿈크리잘뜨리'다. 이 동아리들은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다. 박 관장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수업이 끝난 뒤 마음이 맞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프로그램을 하고 나면 그 인연을 동아리로 연결해요. 그러면 수업이 끝나도 사람들이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거잖아요. 뜨개질만 해도 집에서 혼자 하는 것과 나와서 같이 하는 건 달라요. 작품 자랑도 하고, 얘기도 나누다 보면 어느새 친해져 있어요."

처음엔 개인 취미에서 출발했던 모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을 향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캘리동아리는 재능기부와 전시 활동으로 이어졌고, 뜨개동아리는 작품 기부와 행사 소품 제작으로 도서관 바깥까지 온기를 나누고 있다. 작년에 새로 시작한 보태니컬 동아리는 올해 동아리 활성화 사업 예산으로 지원하게 되어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고 한다.

이 방식은 이웃 도서관들에도 퍼져나갔다. 프로그램 운영 방식이나 강사 정보를 묻는 연락이 오면 박 관장은 기꺼이 나눈다. 광명시평생학습원 실무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기관 간 협업도 적극적으로 이끌어왔다. '느슨한학교', '가가호호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이 꿈크리 공간에서 열렸고, 문화재단 '1인 1기 사업'에도 선정된 동아리도 꿈크리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수업에 있어 지역 강사도 적극 활용한다.

"굳이 멀리서 강사를 데려올 필요가 없어요. 같은 동네에 사는 분 중에 재능 있는 분이 계시면 그분을 모시는 게 제일 좋잖아요. 마을 안에서 순환이 되는 거니까요."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

"저희는 지역 주민을 위해서 애쓰고 활동하는 활동가임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은 많고 거기에 따른 지원은 없어요. 이게 사명감 없이는 정말 어려워요. 근데 또 관장님들이 해내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좀 알아주시면 참 좋겠어요."

"모르는 분들이 오셔도 괜찮아요. 여기는 그런 데예요"

박경한 관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했다.

"아직도 작은도서관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아이들만 가는 데 아니야?', '책 보러 가는 데지?' 이러시는 분들이 계세요. 근데 어르신 프로그램도 있고, 성인 동아리도 있고, 누구든 올 수 있어요. 그런 걸 알게 되면 와보시고, 한 번 와보면 또 오게 되더라고요."

그게 이 공간의 힘이다. 작고, 조용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한 번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이곳이 '내 공간'이 된다. 프로그램 맛집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 공간을 실제로 살아있게 만드는 건 자원봉사자들이다. 운영위원회 위원들, 매주 도서관에 나와 책을 정리하고 대출을 돕는 봉사자들, 재능을 기부하는 강사들. 박 관장도 그중 한 명이다. 관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활동비 한 푼 없이,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켜온 자원봉사자다.

현재 꿈크리작은도서관에서는 운영위원회 위원 봉사자들과 일반 봉사자 두세 명이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시간마저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걸 박 관장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봉사자 한 명 한 명이 더 소중하다.

이 도서관이 A등급을 유지하고, 전국 LH작은도서관 성과공유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주민들 사이에서 프로그램 맛집으로 불리게 된 것, 그 모든 결과의 뿌리에는 묵묵히 시간을 내준 봉사자들이 있다. 화려한 수상 소감 뒤에 박 관장이 가장 먼저 꺼낸 말도 그거였다.

"꿈크리작은도서관은 오늘도 열려 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를 덧붙였다. 작은도서관의 존재를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봉사자도 자연스럽게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혜택을 받아본 분들이 '아, 내가 이런 걸 누렸구나!' 싶으면 또 도서관에 와서 봉사도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알리는 게 중요해요. 많이 알려지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도서관이 더 살아나니까요."

꿈크리작은도서관의 문이 오늘도 열려 있을 수 있는 건, 오늘도 시간을 내어 이 공간을 지키는 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목적 없이 들어와도 된다. 책 한 권 빌리러 와도 되고, 그냥 따뜻한 데 앉아 있고 싶어서 와도 된다. 그리고 만약 '이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면, 그 마음을 봉사로 돌려주는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날 때, 꿈크리작은도서관은 더 오래, 더 따뜻하게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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