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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공익홀씨단이 만난 사람] 마을활동가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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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려도 괜찮아요, 가다 보면 결국 만나게 되니까요" 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 마을을 바꾸기까지
-김명진 마을 활동가 인터뷰

'광명시민은 누구나 공익활동가'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슬로건이다.
거창한 타이틀이나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지역 사회에 기꺼이 투입하고, 그 실천이 공동체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그 사람이 바로 공익활동가다.

이들은 사회의 사각지대와 개선점을 세심하게 살피고, 그것을 공동체의 변화로 연결하는 기획자이기도 하다. 광명시의 공익활동가 저변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그 의미를 몸소 살아내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공익활동가라는 타이틀은 제게 다소 버겁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저는 ‘마을 활동가’라는 표현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첫 마디부터 솔직했다. 스스로를 낮추는 말처럼 들렸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오히려 가장 진실한 공익의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광명시 철산동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김명진님의 이야기다.

시작은 코로나와 육아, 그리고 어린이집 엄마들
모든 것의 시작은 코로나였다. 활발했던 일상은 아이를 낳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대학로에 공연도 보러 다니고 활발하게 지내다가, 아이를 낳고 나서는 집 안에만 있게 되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광명문화재단과 광명문화원 등 지역 기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뜻이 모였고 작은 동아리 하나가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모여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면 간식 하나라도 손에 쥐여주는 것. 그것이 활동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광명시가족센터를 통해 기관 사업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별다른 계획 없이 시작했는데, 막상 12개월 활동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단순히 함께 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과학 실험, 요리 수업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고, 철산도서관 동아리 등록으로도 이어졌다. 시작은 아이들과의 추억 쌓기였지만, 활동은 조금씩 더 넓은 세계로 번져 나갔다.

1. 작은 책상 : 아이와 양육자가 함께 자라는 공동체
동아리 활동이 이어지면서 ‘공공성을 조금 더 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자치센터 공동체 활동인 ‘작은 책상’은 그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다. 독서와 체험 활동을 기반으로 운영되던 프로그램에는 자연스럽게 ‘저탄소 식탁’이라는 주제가 더해졌다.

"채식을 강요하거나 특정 음식을 끊자는 개념이 아니에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생각하고, 가볍지 않게 선택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먹을 만큼만 소비하고, 선택의 결과를 고민하는 태도. 이것이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였다.

2. 독서 문화 공동체 : 나를 키우면서 마을을 키우다
두 번째 활동은 독서 문화 공동체였다. 이 활동에는 김명진님 스스로의 성장 욕구도 담겨 있었다.

"저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회사 생활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해온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 개인 역량을 좀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수업을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광명시의 탄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찾아 수강했다. 환경 동화 만들기, 환경 강사 기초 인문 과정, 마을자치대학의 도시재생 강의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았다. 수료증이 하나씩 쌓여갈수록 개인의 역량도, 활동이 닿는 범위도 함께 넓어져 갔다.

3. 광명문화재단과 은하수 크루 : 시민이 정책을 만나다
광명문화재단의 은하수 크루 활동에 참여해 요리·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한편, 시민 정책 연구단으로서 「광명시 지역문화진흥 및 문화도시조성조례」 개정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 총 4차에 걸쳐 타 도시 조례를 비교·분석하고 수정안을 도출해 최종안을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광명시 전통 문화 관련 조례에 미흡한 부분이 있어, 타 도시의 조례들을 살펴보며 개정 방향을 함께 연구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개정안을 시의원을 통해 직접 제출하는 과정까지 함께했습니다."

광명문화재단의 시민 참여 사업은 이렇게 실제 정책 제안으로까지 이어졌다.

4. 부스 활동 :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하는 무대
에코페스타, 주민자치박람회, 에너지의 날 등 부스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뜻을 함께할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원데이 클래스로 여기는 현실이 늘 아쉬웠다.

"활동의 취지나 목적보다는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진정으로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홍보의 의미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공동체 활동을 이어온 성과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시작한 부스 활동은 뜻밖의 선물까지 안겨주었다. 수업 시간에는 흘려듣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들이, 부스를 찾아온 낯선 방문객들에게 저탄소 소비의 의미를 막힘없이 설명해 내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수업 시간에는 잘 듣지 않는 것 같았는데, 부스에 오신 방문객들에게 우리가 배운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비로소 활동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작년 하반기에는 아이들이 직접 환경 보드게임을 제작하고, 방문객의 연령대에 따라 점수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세심한 규칙까지 스스로 의논해 정했다. 어느새 엄마의 손길 없이도 아이들이 온전히 주인공이 되는 부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5. 광명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재능기부 : 낯선 대상을 만나며 깊어진 고민
광명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의 ‘장 담그기’ 재능기부는 기사 취재를 하러 갔다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협업이었다.

"기관 사업을 하다 보면 타 단체와의 협업을 늘 강조하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 특성상 실행하기가 쉽지 않아 말로만 그쳐왔어요. 그런데 취재를 하러 갔다가 자연스럽게 협업 이야기가 다시 나오게 됐습니다."

재료도 남아 있었고, 먹거리 활동은 어디서나 반응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낯선 고민이 생겼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수업도 경험해 봤지만, 장애인 가족분들과 함께하는 수업은 처음이었어요. 내용은 쉽고 친근하게 구성하되, 말투와 태도만큼은 성인으로서의 욕구와 자존감을 충분히 존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고추장 만들기 재능기부였지만, 그 준비 과정은 김명진님 스스로에게 깊은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6. 공익활동 기자단 공익홀씨단 ‘시민기록가’ :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퍼뜨리다
활동을 이어가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매번 경이로움을 안겨줬다.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다른 활동가들과 마주할 때마다 그 감동은 더욱 깊어졌다.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공익홀씨단 활동을 시작한 것도 그런 분들의 이야기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현재는 기관의 축제나 행사 관련 기사를 주로 쓰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마을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바람은 여전히 한결같다.

"마을에서 조용히 일하시는 분들은 좀처럼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요. 그러나 돌이켜보면, 바로 그런 분들이 있기에 지역사회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 이런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더 많은 분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 광명이라는 도시를 공부하게 되다.
광명 토박이가 아닌, 이사 온 지 10년 차인 김명진님은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광명시에 별다른 애착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성인이 된 후 이사 온 도시는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버스 정류장과 집을 오가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으니까요."

그런데 공동체 활동을 이어가면서 광명의 향토 문화 자료, 지역 지명, 서화 등을 스스로 찾아 공부하게 됐다. 알아갈수록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이 도시에 대한 애착이 생겨났어요. 알면 알수록 그 마음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광명은 그렇게 단순히 머무는 곳에서, 함께 가꾸고 만들어가는 곳으로 바뀌어 갔다.

- 앞으로의 방향 : 느리게, 그러나 제대로
올해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5년 가까이 쉼 없이 달려온 기관 사업을 잠시 내려놓고, 광명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엄마들과 함께 비누, 연고, 화장품, 향수 등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을 조용히 이어갈 계획이다.

"육아로 지쳐 있는 양육자들을 자연스럽게 초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가를 만들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어요."

- 공익활동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내가 행복하지 않고, 내가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공익이 아닙니다."

5년의 활동이 김명진님에게 가르쳐 준 가장 확실한 한 문장이다. 시작은 얼마든지 개인적인 동기에서 출발해도 좋다.

"처음에는 순전히 개인적인 즐거움으로 뜨개질 모임을 시작했더라도, 작품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누고 싶어지고, 가로수에 옷을 입혀주는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하잖아요. 그것이 바로 공익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나 자신을 먼저 채우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바깥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빠르다고 앞서는 것이 아니고, 느리다고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다른 공동체와 비교하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걷다 보면, 결국 가야 할 곳에 닿게 된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면 됩니다. 시작만 하면, 결국 시간이 결과를 만들어 줍니다."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의 슬로건처럼, 공익활동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즐거움에서 출발해 그것을 조금씩 나누기 시작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이 공익활동가다. 김명진님이 걸어온 5년의 길이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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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홀씨단은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소속으로 공익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지역소식, 인터뷰, 공익칼럼 등을 작성하는 공익활동 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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