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공익칼럼] 식탁의 경고 5│비린내를 버린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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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경고 5. 비린내를 버린 식탁』
1. 아이가 생선을 좀 먹었으면 좋겠어요.
아파트 놀이터에 앉아 삼삼오오 아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편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생선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지요.
“아이가 생선을 잘 안 먹어요.”
“육고기만 찾는데, 건강한 단백질인 생선을 좀 먹었으면 좋겠어요. 비리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이런 말을 하는 엄마들을 꽤 자주 만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작 본인들도 어릴 때만큼 생선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아이만큼은 좀 먹어주었으면 한다는 마음입니다.
왜 생선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합니다.
“아파트라 냄새 피우기가 두려워요.”
“손질이 어렵잖아요.”
“찌꺼기 버리기도 번거롭고요.”
필자는 생선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집에서 자주 요리를 합니다. 마트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생선보다 재래시장의 생선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재래시장에서 머리와 지느러미가 달린 생선을 통째로 사 와 씻고, 토막 내고, 손질하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은 생선 찌꺼기도 바로바로 버려야 하지요.
그렇게 손질한 생선은 이상하게도 마트에서 사 온 것보다 더 싱싱하고 고소합니다. 집안의 남자들이 낚시를 좋아하다 보니 필자는 생선 만지는 일에 큰 부담이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가정에서 생선을 손질해 굽기보다는, 가시까지 제거된 냉동 생선을 이용하거나 외식으로 생선 요리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들
하루 종일 뛰어놀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집집마다 풍겨 나오던 저녁 식탁의 냄새를 즐겁게 맡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릅니다. 식탁의 냄새는 때로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강한 냄새가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말까지 오르내립니다.
그래서일까요.
생선을 굽는 냄새가 배어 있는 집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집집마다 환풍기와 공기청정기가 있고, 냄새 제거 스프레이도 갖추어 두었습니다. ‘냄새 걱정 없는 주방’이 하나의 기준처럼 자리 잡은 시대입니다. 아이들은 가시 바르는 법보다 연어 스테이크를 먼저 배웁니다. 참치 통조림은 뚜껑만 따면 바로 먹을 수 있지요. 마트에는 이미 손질된 순살 생선과 냄새가 제거된 제품들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구워 포장된 제품도 이제는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을까요?
3. 비린내는 노동의 냄새
생선의 비린내는 단순히 불쾌한 냄새일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냄새는 생선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수많은 손길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꺼내고, 씻어내고, 토막을 내고, 가시를 골라내는 과정. 그리고 남은 찌꺼기를 치우고 싱크대를 여러 번 헹구어야 하는 번거로운 일까지.
생선을 먹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노동이 들어갑니다.
어쩌면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생선의 냄새가 아니라 그 뒤에 따라오는 번거로운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 냄새가 남는 음식, 치워야 할 것이 많은 음식을 점점 피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 식탁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손질된 순살 생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조리법들이 넘쳐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식탁을 차리는 방법은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식탁을 준비하는 노동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줄이고 있는 것은 단지 노동의 시간이기만 할까요?
생선을 굽던 냄새, 가시를 발라 주던 손길, 저녁 식탁을 준비하던 분주한 시간들. 어쩌면 그런 풍경까지 함께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비린내는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냄새 속에는 한 끼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들였던 수고와 시간이 함께 담겨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4. 불편함을 견디지 않는 사회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산물 소비 국가입니다.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약 60kg 수준으로 세계 평균의 세 배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가정에서 생선을 직접 손질하고 구워 먹는 풍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 1인당 수산물 소비량
2019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57.1kg
전 세계 수산물 소비량 4위/ 아시아권 1위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수산경제리포트(2023년 3월24일 제25호)
가시를 발라야 하는 음식, 손에 냄새가 남는 음식, 시간이 필요한 음식은 혼자 먹기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가시를 발라 주어야 했고, 함께 먹어야 효율적이었으며, 냄새 또한 함께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비린내를 제거한 문화는 어쩌면 공동체적 식사 방식을 지워 가는 문화일지도 모릅니다.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는 재래시장의 생선 가게 대신, 정형화되고 깔끔하게 손질된 마트의 냉동식품이 우리의 식탁을 채우고 있습니다. 냄새는 지워졌고, 손질의 과정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생선이 어떻게 잡히고 손질되어 식탁에 오르는지 생각할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생선은 더 이상 바다와 어부, 시장의 손길을 거쳐 오는 음식이 아니라, 냉동 진열대에서 꺼내어 바로 소비하는 하나의 상품으로만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린내를 지운다는 것은 단지 냄새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어쩌면 음식이 생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과정 자체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5. 조금은 불편한 식탁
우리는 점점 더 편리한 식탁을 원합니다.
냄새가 나지 않고,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며, 짧은 시간 안에 준비되는 음식들 말입니다.
그 덕분에 식사는 훨씬 간단해졌습니다. 하지만 편리함이 늘어날수록 식탁을 준비하는 과정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됩니다.
생선을 손질하는 손길도, 나물을 다듬는 시간도, 음식의 냄새를 함께 견디던 순간도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음식의 불편함을 지우면서, 그 속에 담겨 있던 시간과 노동, 그리고 함께 먹던 풍경까지 조금씩 지워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조금 비린 냄새가 나고,
손에 양념이 묻고,
가시를 하나씩 발라 먹어야 하는 식탁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 말입니다.
조금 불편한 식탁이야말로
누군가의 손길과 시간이 가장 또렷하게 남아 있는 자리였을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도 같은 질문을 해봅니다.
당신의 식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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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홀씨단 소개
공익홀씨단은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소속으로 공익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지역소식, 인터뷰, 공익칼럼 등을 작성하는 공익활동 기자단입니다.
시민기록자로서 사회적가치 확산을 위해 활동합니다
1. 아이가 생선을 좀 먹었으면 좋겠어요.
아파트 놀이터에 앉아 삼삼오오 아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편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생선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지요.
“아이가 생선을 잘 안 먹어요.”
“육고기만 찾는데, 건강한 단백질인 생선을 좀 먹었으면 좋겠어요. 비리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이런 말을 하는 엄마들을 꽤 자주 만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작 본인들도 어릴 때만큼 생선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아이만큼은 좀 먹어주었으면 한다는 마음입니다.
왜 생선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합니다.
“아파트라 냄새 피우기가 두려워요.”
“손질이 어렵잖아요.”
“찌꺼기 버리기도 번거롭고요.”
필자는 생선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집에서 자주 요리를 합니다. 마트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생선보다 재래시장의 생선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재래시장에서 머리와 지느러미가 달린 생선을 통째로 사 와 씻고, 토막 내고, 손질하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은 생선 찌꺼기도 바로바로 버려야 하지요.
그렇게 손질한 생선은 이상하게도 마트에서 사 온 것보다 더 싱싱하고 고소합니다. 집안의 남자들이 낚시를 좋아하다 보니 필자는 생선 만지는 일에 큰 부담이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가정에서 생선을 손질해 굽기보다는, 가시까지 제거된 냉동 생선을 이용하거나 외식으로 생선 요리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들
하루 종일 뛰어놀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 집집마다 풍겨 나오던 저녁 식탁의 냄새를 즐겁게 맡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릅니다. 식탁의 냄새는 때로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강한 냄새가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말까지 오르내립니다.
그래서일까요.
생선을 굽는 냄새가 배어 있는 집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집집마다 환풍기와 공기청정기가 있고, 냄새 제거 스프레이도 갖추어 두었습니다. ‘냄새 걱정 없는 주방’이 하나의 기준처럼 자리 잡은 시대입니다. 아이들은 가시 바르는 법보다 연어 스테이크를 먼저 배웁니다. 참치 통조림은 뚜껑만 따면 바로 먹을 수 있지요. 마트에는 이미 손질된 순살 생선과 냄새가 제거된 제품들이 가득합니다. 심지어 구워 포장된 제품도 이제는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을까요?
3. 비린내는 노동의 냄새
생선의 비린내는 단순히 불쾌한 냄새일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냄새는 생선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수많은 손길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꺼내고, 씻어내고, 토막을 내고, 가시를 골라내는 과정. 그리고 남은 찌꺼기를 치우고 싱크대를 여러 번 헹구어야 하는 번거로운 일까지.
생선을 먹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노동이 들어갑니다.
어쩌면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생선의 냄새가 아니라 그 뒤에 따라오는 번거로운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 냄새가 남는 음식, 치워야 할 것이 많은 음식을 점점 피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 식탁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손질된 순살 생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조리법들이 넘쳐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식탁을 차리는 방법은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식탁을 준비하는 노동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줄이고 있는 것은 단지 노동의 시간이기만 할까요?
생선을 굽던 냄새, 가시를 발라 주던 손길, 저녁 식탁을 준비하던 분주한 시간들. 어쩌면 그런 풍경까지 함께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비린내는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냄새 속에는 한 끼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들였던 수고와 시간이 함께 담겨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4. 불편함을 견디지 않는 사회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산물 소비 국가입니다.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약 60kg 수준으로 세계 평균의 세 배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가정에서 생선을 직접 손질하고 구워 먹는 풍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 1인당 수산물 소비량
2019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57.1kg
전 세계 수산물 소비량 4위/ 아시아권 1위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수산경제리포트(2023년 3월24일 제25호)
가시를 발라야 하는 음식, 손에 냄새가 남는 음식, 시간이 필요한 음식은 혼자 먹기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가시를 발라 주어야 했고, 함께 먹어야 효율적이었으며, 냄새 또한 함께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비린내를 제거한 문화는 어쩌면 공동체적 식사 방식을 지워 가는 문화일지도 모릅니다.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는 재래시장의 생선 가게 대신, 정형화되고 깔끔하게 손질된 마트의 냉동식품이 우리의 식탁을 채우고 있습니다. 냄새는 지워졌고, 손질의 과정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생선이 어떻게 잡히고 손질되어 식탁에 오르는지 생각할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생선은 더 이상 바다와 어부, 시장의 손길을 거쳐 오는 음식이 아니라, 냉동 진열대에서 꺼내어 바로 소비하는 하나의 상품으로만 보이기 시작합니다.
비린내를 지운다는 것은 단지 냄새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어쩌면 음식이 생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과정 자체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5. 조금은 불편한 식탁
우리는 점점 더 편리한 식탁을 원합니다.
냄새가 나지 않고,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며, 짧은 시간 안에 준비되는 음식들 말입니다.
그 덕분에 식사는 훨씬 간단해졌습니다. 하지만 편리함이 늘어날수록 식탁을 준비하는 과정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됩니다.
생선을 손질하는 손길도, 나물을 다듬는 시간도, 음식의 냄새를 함께 견디던 순간도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음식의 불편함을 지우면서, 그 속에 담겨 있던 시간과 노동, 그리고 함께 먹던 풍경까지 조금씩 지워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조금 비린 냄새가 나고,
손에 양념이 묻고,
가시를 하나씩 발라 먹어야 하는 식탁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 말입니다.
조금 불편한 식탁이야말로
누군가의 손길과 시간이 가장 또렷하게 남아 있는 자리였을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도 같은 질문을 해봅니다.
당신의 식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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