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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현장스케치] 볍씨학교 학부모 마을공동체 ‘지구씨’│장 담그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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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담근 시간, 함께 이어가는 먹거리
<볍씨학교 학부모 마을공동체 ‘지구씨’ 장담그기 현장>

지난 화요일(3월 31일) 오후, 광명YMCA 교육회관 ‘밥 터’에서는 조금 특별한 활동이 진행됐습니다. 볍씨학교 학부모 마을공동체 ‘지구씨’가 함께하는 장담그기 활동입니다. 이번 활동은 식생활 교육과 장담그기 활동이 함께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오후 2시에 시작해 3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직접 장을 담그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제철을 먹는다는 것,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이야기

먼저 진행된 식생활 교육은 팔당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노국환 선생님의 강의로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에는 제철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이 한 문장은 교육의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에는 각자의 텃밭에서 수확한 식재료를 말리고, 절이고, 저장해두었다가 계절에 맞게 꺼내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든 원하는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한겨울에도 참외를 먹을 수 있는 환경, 누군가 대신 생산해 주는 풍족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점점 ‘제철’이라는 개념을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입니다. 제철보다 빠르게 작물을 키우기 위해 농약, 비료, 난방 등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고, 그만큼 농부의 노동과 부담도 커집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지급하는 가격은 그 노력만큼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철에 먹는 것이 농민에게도, 소비자에게도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특히 제철에 자란 채소는 영양이 온전히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농약 사용도 상대적으로 적어 안전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우리가 어떤 먹거리를 선택하느냐가 결국 농업의 방향과 환경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장을 담근다는 것, 생각보다 훨씬 큰 일

교육이 끝난 후, 본격적인 장담그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체험’정도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공동 작업에 가까웠습니다. 메주를 손질하는 팀, 소금물을 만드는 팀, 장독을 씻는 팀으로 역할을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먼저 메주는 표면의 곰팡이를 털어내고 깨끗이 씻은 뒤 건조했고, 고추 역시 씻어 함께 준비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소금물을 만드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소금물의 염도는 16.5%, 바닷물과 비슷한 수준을 맞춰야 했습니다. 물은 선생님이 직접 준비해 온 팔당의 자연 샘물을 사용했습니다.

소금물 농도를 맞추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소금을 넣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손으로 비비고 녹이며 염도를 맞춰야 했기 때문입니다. 염도계를 통해 수치를 확인하며 반복되는 작업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들도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열심히 소금을 녹이고, 메주를 씻고, 서로 도우며 자연스럽게 협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보이지 않는 노력, 장독 하나에도 담긴 정성

한편 어른들은 장독을 준비하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장독을 옮기고 세척한 뒤 다시 헹구는 과정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찬물과 천연수세미를 이용해 깨끗이 씻어낸 뒤, 마지막에는 뜨거운 물로 한 번 더 소독하듯 헹궈냈습니다. 우리가 먹을 음식이기에 더욱 정성을 들이는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여러 개의 장독을 채우기 위한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노동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이 많은 장독을 집마다 채워야 했을 텐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까. ‘장 담그기’라는 말 속에 담긴 무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  함께 담그고, 함께 배우는 시간

마지막으로 깨끗이 준비된 장독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부은 뒤 숯과 고추를 넣으며 장담그기가 완성됩니다. 한 독 한 독이 채워질 때마다 참여자들의 표정에도 작은 성취감이 쌓여갔습니다.

한쪽에서는 노국환 선생님이 숯에 불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차분하게 불을 다루는 모습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장을 담그는 일에는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과 시간이 함께 들어갑니다.

이번 활동은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 식문화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먹는 것’의 의미를 소비 이상의 가치로 확장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노력과 자연의 시간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가 우리의 식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느끼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장담그기 행사는 우리가 어떤 먹거리를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철을 알고, 직접 만들고, 함께 나누는 과정. 이 모든 것이 결국 건강한 식생활과 지속 가능한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활동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공익 활동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한 끼, 그 선택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렇게 함께 손을 모으는 자리에서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공익홀씨단 소개
공익홀씨단은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소속으로 공익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지역소식, 인터뷰, 공익칼럼 등을 작성하는 공익활동 홍보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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