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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생명평화의 길을 걷는 뿌리깊은 광명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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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2월24일 오후4시 광명YMCA 제26차 정기 총회가 광명YMCA 볍씨학교에서 개최 되었다. 1부 개회예배를 시작으로 2부 정기총회에서는 23년 광명YMCA 사업보고, 결산보고와 24년 사업계획 및 예산승인 그리고 신임이사 선출이 있었다. 이어 3부는 지역 주민과 같이 화합하는 대보름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대보름 행사는 함께 나누는 식사 시간과 소원달집 태우기, 불놀이와 같은 대보름 전통 세시 풍속으로 이루어졌다.

정회원은 3시30분까지 참석하여 투표와 사전행사를 할 수 있었고, 일반인들은 4시 총회 관람부터 대보름 행사까지 참여가 가능 했다.

필자는 가족과 함께 3부 대보름 행사에 참여할 예정으로 5시 조금 넘어 방문을 하였다. 식사 및 대보름 행사는 5시1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이루어지는 밤 행사였으므로 살짝 긴장되는 마음이었다. 필자의 아이들도 흥분한 것이 느껴졌다. 아이들과 같이 불을 이용한 행사에 참여 하는 것이 솔직히 겁도 났다. 대보름의 여러 세시풍속이 있지만, 그 중에서 불을 이용하는 달집태우기나 불놀이 등은 필자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5시 넘어 도착한 행사장에는 아직 총회가 끝나지 않았다. 착석하여 23년 사업을 스케치한 영상 시청 및 24년 사업 계획, 사업 방향 및 주요 역할을 맡은 광명YMCA 회원들의 소개를 엿볼 수 있었다. 50명 남짓 모인 인원들은 대부분 볍씨학교 학부모들이었다. 생각보다 아담한 회의장에는 24년의 기대감을 가진 학부모님들의 열정적인 눈빛들이 반짝였다.

광명YMCA는 1999년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25주년이 되었다. 코로나로 잠시 대보름 행사를 개최하지 못한 해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총회와 대보름 행사를같이 개최 하였다고 한다.


다만, 아쉽게도 야외 행사를 치르기에는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도 오락가락 하고 바람도 불고 불을 다루는 행사에는 적합한 날씨가 아니었다.

총회만 참석을 해도 광명YMCA에서 주관하는 여러 행사들에 관해 잘 알 수 있다. 필자도 작년 여름 YMCA에서 지원을 받아 광명 언플러그드라는 환경 행사에 참여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신청서를 쓰고 선발이 되고 아이들과 계획을 짜고 실행하기 까지 얼마나 기대되었던지 새록새록 기억들이 떠올랐다. 지역 사회에 녹아들어 배움과 학습과 가치를 나누는 광명YMCA는 기독교청년회의에서 출발하였으나, 지역공동체와 지역자치를 이루어 광명을 더 이롭게 가꾸자는 운동체이다. 이번 총회에 참여해 보니 이는 어려운 운동이 아니라 삶과 관계 속에 녹아드는 실천 가능한 운동을 주로 하는 곳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사업보고는 영상과 구두 소개로 충분히 자세히 이루어졌다. 참여한 회원 간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5시가 훌쩍 넘어서까지 총회는 이어졌다. 총회가 마무리 될 즈음 오카리나 공연이 이어졌다. 6시가 다되어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북과 장구 등 사물놀이의 열을 갖추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은 대열을 갖추고 쇠의 소리에 맞춰 장단을 만들어 냈고 이는 대보름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장단은 참가자들의 흥을 돋우고 오늘의 흐린 날씨를 잊게 하는 마법 같았다.

둥글게 이어 선 아이들의 장단이 이어졌다. 다만 날은 점점 흐려졌으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몇몇은 불놀이가 가능할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한판 장단이 끝나고 사물놀이 아이들의 뒤를 따라 달집 태우는 행사가 이어졌다. 날씨 탓에 공지된 쥐불놀이는 취소가 되었고 다 함께 식사는 뒤로 미루어졌다. 큰비가 내리기 전에 어서 달집을 태워야했다.

달집 주변으로 둥글게 늘어섰다.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짝짓기 게임도 하고 손날치기 놀이와 강강술래도 했다. 몸으로 움직이는 놀이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어색함과 추위를 떨쳐내고 나니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필자의 아이들도 추위는 아랑곳없이 비를 맞으며 즐거워했다.

실무자 권혁 선생님은 비를 맞아 가면서도 달집을 준비해주셨다. 아담한 원추형 달집은 짚을 꼬아 만든 줄에 소망이 적힌 종이를 끼워 둘러놓았다. 이사 김미숙 선생님의 사회로 달집태우기가 시작되었다. 사회자의 구성진 노래와 아이들의 장단, 임원들의 축사와 모두의 소망 외치기가 이어졌다. 강해라. 이루어져라. 흥해라. 우리의 마음은 모두 하나였다. 마음 것 외친 후 불을 붙였다. 날이 흐렸지만, 다행이 불은 잘 붙었다. 따듯함이 온몸에 전해졌다.

달집이 잘 타오르면 그해 농사도 잘 되고 복도 많이 들어온다는데 작은 달집은 비를 맞아가면서도 아주 뜨겁게 잘 타올랐다. 우리 모두는 뜨겁게 타오르는 불을 보면서 잠시 침묵으로 소원을 빌었다. 불이 어리는 얼굴들에는 웃음이 피어났고 경건하지만 희망 찬 모습들이었다. 짚을 태우고 나무를 태우고 불은 잘 피어 23년의 묵은 아쉬움을 태우고 24년의 희망을 밝혀 주겠지.

달집태우기 행사 후, 식사를 하는 곳으로 향했다. 날은 많이 어두워졌고, 비도 거세졌다. 볍씨학교 아이들의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각종 채소를 채를 쳐 올려 밥에 빨간 고추장을 비벼 먹는 비빔밥, 잔칫날 만들어 나누어 먹던 팥떡, 그리고 따끈한 된장국이 상에 올랐다. 역시 행사의 마지막은 맛난 먹거리 아닌가? 신을 벗고 상에 둘러 앉아 배를 채우면 식구(食口)이다. 밥을 나누며 더 돈독해 질 수 있으니 이는 꼭 필요한 밥상이었다.

원래 정월 대보름이란 한해의 처음을 의미한다. 이날에는 기복행사를 하거나 1년 농사를 점치는 행사를 하고 줄다리기 등 몸을 쓰는 놀이와 더불어 더위팔기와 같은 작은 장난도 하는 즐거운 날이다. 대보름은 또한 화합을 기원하는 날로 묵은 나물과 오곡밥을 먹는 풍습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이런 풍속을 지역 주민과 같이 즐길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던 시간이었다.



평소 광명 YMCA 행사에 관심 있는 필자도 매해 이런 행사와 총회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매년 대보름 행사와 더불어 총회가 있으니 관심 있는 주민은 25년 행사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대보름에 여러 세시풍속을 경험하면서 더불어 광명 YMCA의 여러 사업에도 관심을 가질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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