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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공익홀씨단이 만난 사람] ‘열린모임 광명시민’ 대표 김춘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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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없는 순수함이 만든 경이로운 변화
-‘열린모임 광명시민’ 대표 김춘년님 인터뷰

30년 봉사의 묵직한 외길, 행정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마을의 정서적 온기를 지키다.

 · 세련된 뉴타운 풍경의 이면, 마을에 필요한 '마음의 재개발'
광명시 철산 2동의 풍경은 최근 몇 년 사이 눈부시게 변모했다. 하늘을 가린 고층 아파트 단지들과 함께 도시는 한결 세련되고 매끄러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현대적인 보안 시스템과 웅장한 아파트 정문은 최첨단 주거 환경을 상징하지만, 한편으로는 담장 너머 이웃과의 교류에 거리감을 만드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도시 구조의 변화 속에서 ‘열린모임 광명시민’을 이끄는 김춘년 대표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건물과 도로 같은 하드웨어는 현대적으로 탈바꿈했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관계를 이어주는 ‘정서적 재개발’은 여전히 진행형이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아파트의 보안문이 촘촘해질수록 이웃 간의 마음 문도 닫히기 쉽습니다. 새로 입주한 분들과 오랜 세월 동네를 지켜온 기존 주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생겨나는 것이죠. 건물이 새로워진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웃끼리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정서적 융합입니다."

김 대표는 신·구 주민 간의 정서적 단절을 극복하고 마을에 따뜻한 사람 냄새를 불어넣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 공익활동이 주목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숙제라고 단언한다.

 · 1999년 한글 교실부터 쓰레기집 청소까지… 30년 봉사의 진정성
김춘년 대표의 봉사 역사는 수치나 화려한 스펙으로 다 설명할 수 없다. 1994년 지역 복지관의 무료급식 봉사로 첫발을 내디딘 후, 1999년부터는 글을 읽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던 어르신들을 위해 한글 지도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순수한 열정으로 연필을 잡는 법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기 시작했던 이 한글 교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초창기에는 완전한 무보수 순수 봉사로 출발했다. 25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은 소정의 교통비 정도만 지원받으며 어르신들의 든든한 스승이자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상담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이끄는 ‘열린모임 광명시민’ 역시 이러한 순수한 자발성을 바탕으로 단단하게 뭉친 민간 봉사단체다. 정치적 목적이나 지자체의 예산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회원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순수한 땀방울로 움직이는 민간 기동대다.

이 단체의 진가가 가장 극적으로 발휘된 현장은 행정의 제도적 한계가 미처 미치지 못했던 ‘저장강박증 가구 주거 환경 개선 활동’이었다.

"몇 년 동안 쓰레기를 쌓아두어 11톤 트럭 분량의 폐기물이 나오던 집이 있었습니다. 악취와 오물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베란다 창문이 휠 정도로 병들이 쌓여 있는 집도 있었어요. 회원들이 마스크를 여러 겹 쓰고 들어가 며칠 동안 악취와 싸우며 구석구석을 닦아냈습니다. 깔끔하게 청소해 드렸죠."

상처와 외로움으로 문을 잠그고 있던 어르신들은 며칠 동안 묵묵히 땀 흘리는 봉사자들의 진심을 확인한 뒤에야 눈시울을 붉히며 손을 잡았다. "이제야 사람 사는 방 같다"며 흘린 어르신의 눈물은 현장을 누벼온 회원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 되었다.

 · 주민자치 '따마공'의 결실을 넘어, '연서로 이웃지킴이'로 이어지는 발자취
김춘년 대표와 회원들이 걸어온 마을 공동체 활동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철산2동 주민자치회 부회장이자 마을공동체 리더로서 이끌어왔던 ‘따마공(따뜻한 마을공동체)’ 사업은 작년까지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마을 곳곳에 소통의 씨앗을 뿌렸다.

주머니에 막대사탕을 넣고 다니며 이웃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던 작고 다정한 시도는 행정복지센터 옥상의 상자 텃밭 가꾸기와 나눔 냉장고 운영으로 넓어졌다. 또한 현충근린공원 일대에 태극기 바람개비를 설치하고 무궁화 벽화를 조성한 ‘호국보훈의 길’ 사업 등 다채로운 마을 가꾸기로 이어져 경기도 마을공동체 우수사례 선정 및 도지사 표창이라는 열매를 맺기도 했다.

이처럼 ‘따마공’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데 이어, 올해는 광명시자원봉사센터와 손을 잡고 ‘연서로 이웃지킴이’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연서로 이웃지킴이'는 단독주택과 골목길이 많은 연서로 일대의 주거 환경을 깨끗하게 바꾸는 마을 정화 활동부터, 먹거리를 나누는 공유냉장고 나눔, 그리고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한 국수 나눔과 추석 경단 나눔까지 펼치며 더욱 밀도 높은 생활 밀착형 봉사를 전개하고 있다.

"작년에 따마공 사업을 통해 주민 간 소통의 물꼬를 텄다면, 올해 연서로 이웃지킴이 활동은 골목길 구석구석에 실질적인 온기를 채워 넣는 과정입니다. 주민들이 깨끗해진 골목을 걸으며 나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 민·관 협치의 새로운 모델과 '철산2동 별빛 축제'의 구상
김춘년 대표는 관(官) 주도의 일방적인 보조금 지원이나 보여주기식 봉사 문화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린다. 지자체 예산에만 의존하는 단체는 자생력을 잃고 서류 작업에 치여 봉사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는 지적이다.

"행정은 공적 인프라와 데이터를 제공해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어 통로를 열어주고, 민간은 대가 없는 자발성과 현장 실행력으로 그 공간을 채워야 합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민관 협치의 건강한 모델입니다."

그는 현재 또 하나의 뜻깊은 구상을 가슴에 품고 있다. 새로 입주한 고층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기존 단독주택 주민들이 밤하늘 아래 함께 모여 영화를 감상하고 정을 나누는 ‘철산2동 별빛 축제’다. 신·구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소통하는 특별한 문화의 장을 만들겠다는 꿈이다.

최근 경기도자원봉사센터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우수사례 발표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공익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졌다.

"어느 책에서 읽은 문구 중 '욕조에 물은 차고 넘치는데, 우물은 말라간다'는 구절이 가슴에 깊이 남았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는 넘쳐나지만, 이웃을 향한 마음의 우물은 점차 말라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내가 가진 작은 마음을 말라가는 이웃의 우물에 퍼 넣을 때, 우리 마을 전체가 비로소 풍요로워집니다."

 · 대가 없는 순수함이 피워낸 진정한 공익의 가치
1999년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해, 11톤 쓰레기집을 온기 넘치는 보금자리로 바꿔놓은 헌신까지. '열린모임 광명시민'과 김춘년 대표가 걸어온 길은 조건 없는 순수함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깊고 따뜻하게 데워낼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대가 없는 애정으로 이웃을 향해 퍼올린 이들의 공익활동은 '연서로 이웃지킴이'의 구슬땀과 '철산2동 별빛 축제'의 꿈으로 이어지며, 광명시가 나아갈 성숙한 공동체의 진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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