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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공익칼럼] 식탁의 경고 8│급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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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경고 8. 급식 이야기』
 
3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집마다 새로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어느 집은 아이가 급식 반찬을 못 먹겠다며 김을 싸 들고 다니고, 어느 집은 선생님이 적응을 위해 김조차 가져오지 못하게 해 맨 밥만 먹고 온다고 합니다. 놀이터 벤치에 삼삼오오 모인 엄마들의 이야기입니다.

채소 반찬은 손도 대지 않고 고기만 찾는 아이들, 초등학교 급식을 앞두고 부모들의 걱정도 깊어집니다. 1~2학년이 지나며 친구들을 따라 이것저것 먹게 되는 아이들도 있지만, 오랫동안 편식을 고집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전쟁이라는 지독한 허기를 겪어온 세대는 학교에서 나누어 주던 ‘배급과 구호 급식’을 기억할 것입니다. 전쟁 직후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위해 미국 원조기관과 국제기구는 옥수수 가루, 탈지분유, 밀가루, 빵 등을 학교를 통해 공급했습니다. 당시 급식은 지금처럼 식사의 개념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영양 공급과 학교 출석 유도의 의미가 더 컸습니다.

도시락을 싸서 다니던 시절을 지나 학교급식의 시대까지, 지난 50여 년간 학생들의 점심은 배고픔과 영양 부족을 해결하는 역할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 학생들의 점심은 ‘복지’ 개념의 무상급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 한국 학생 점심문화 변천사 (1950~2000년대)
시대               점심 형태│특징
1950년대    구호 배급·분유 급식│전쟁 직후 원조 식량 중심
1960년대    혼분식·배급 급식│밀가루·옥수수·분유
1970년대    도시락 전성기│알루미늄 도시락, 난로 도시락
1980년대    일부 학교급식 시작│학교급식법 제정
1990년대    급식 확대│조리실·영양사 확대
2000년대    친환경·무상급식 논의│복지 개념 강화

친환경 무상급식은 단순히 ‘학교에서 공짜로 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건강과 복지, 교육, 환경, 지역경제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정책에 가깝습니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차별 없이 밥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무상급식은 분명한 의미를 가집니다.

2010년대 서울시교육청과 여러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 이후 무상급식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복지인가, 포퓰리즘인가’를 둘러싼 논쟁도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무상급식은 보편적 교육복지이자 아동 기본권의 일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획일적인 배식과 학생 기호도 차이 속에서 대량의 잔반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식재료로 균형 있게 만든 영양식이 그대로 버려지는 일이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식단표를 보며 “오늘은 먹을 게 없다”, “밥만 먹어야겠다.”고 수군거리기도 합니다.

필자가 아이들에게 “먹기 싫은 반찬은 어떻게 하니?”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이렇게 답합니다.

“안 받아요.”
“안 먹어요.”
“버려요.”

도시락 시절부터 급식 시대까지 우리는 교실에 둘러앉아 자연스럽게 밥상머리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골고루 먹기, 남기지 않기, 함께 나눠 먹기 같은 공동체 식사 문화도 그 안에서 배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강요 금지, 알레르기 문제, 정서와 개인 취향 존중 등으로 인해 ‘골고루 먹기’와 ‘남기지 않기’는 교육과 통제 사이 어딘가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급식 지도는 때로 강요 논란으로 이어지고, 학생 인권 문제로 번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버려지는 음식물은 환경 부담이 되고, 급식 예산 역시 결국 사회의 재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광명시에는 2024년 기준 약 170여 개의 집단급식소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유치원과 초·중·고교, 대안교육기관, 방송통신고등학교 등에 2022년 기준 약 103억 원의 급식비가 무상 지원되었습니다.

학생 급식은 특히 친환경 농산물과 Non-GMO 식품, 우수 축산물, 국내산 수산물, 제철 과일 등의 사용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각 학교 영양사들은 이러한 재료로 균형 잡힌 식단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된 좋은 영양식도 일부는 잔반으로 남습니다. 초등학생 아이가 가져오는 매달의 급식표에는 ‘잔반 남기지 않는 날’이 있을 정도입니다.

먹고 남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준비된 음식이 미처 배식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 또한 큰 낭비입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 학교급식 잔반 처리 비용은 2021년 85억 원, 2022년에는 113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 거대한 낭비를 막기 위해 최근 학교 현장에는 ‘AI 잔반 스캐너’라는 첨단 기술까지 도입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음식을 먹기 전과 후에 식판을 기기에 비추면, AI가 섭취한 영양소와 메뉴별 선호도를 자동으로 분석해 내는 시스템입니다. 이 데이터는 학부모에게도 전송되어 아이의 식습관을 가정과 학교가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잔반을 줄이고 식단을 효율화하려는 눈물겨운 기술적 시도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스캐너가 식판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쌓아 올린들, 음식을 대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식습관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사후 처방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급식판 위에는 단지 밥과 반찬만 놓여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복지와 인권, 환경과 교육, 그리고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식문화를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식탁은 늘 시대를 비춰왔습니다. 배고픔의 시대를 지나 풍요의 시대에 도착한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경고는 어쩌면 ‘남겨지는 음식’과 ‘사라지는 식문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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