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공익칼럼] 식탁의 경고 7│커진 냉장고, 넘치는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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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경고 7. 커진 냉장고, 넘치는 식탁』
1. 커진 냉장고와 저장의 시대
1965년 금성사가 한국 최초의 국산 냉장고를 생산·판매했다고 합니다. 이때만 해도 냉장고는 부유한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가전제품이었습니다. 위아래로 냉동과 냉장이 나뉘어 있던 그 시절의 작은 냉장고는 70~80년대를 거치며 점점 커졌고 보급률도 크게 늘었습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거의 모든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 첫 냉장고의 가격은 약 10만 원 안팎이었고 용량 역시 지금 냉장고의 약 1/8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냉장고 가격은 백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에 이르고, 용량 또한 900리터를 넘는 대형 제품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여기에 1995년 처음 출시된 김치냉장고의 보급까지 더해지면서, 오늘날 일반 가정의 냉장·냉동 저장 용량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합쳐 약 1,500리터에 이르는 경우도 흔합니다. 말 그대로 작은 식품 창고가 집 안에 들어온 셈입니다.
이를 식품 저장량으로 환산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2~4개월 정도의 식량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여기에 별도의 냉동고를 두는 집도 있으니, “집집마다 몇 달 전쟁이 나도 집안에서 몇 달은 버틴다.”라는 농담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우리 집 냉장실을 들여다보면 채소와 반찬, 장류가 가득하고 냉동고에는 고기와 냉동식품이 빼곡히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실온에 보관 가능한 라면이나 쌀, 레토르트 식품까지 더하면 가정이 보유한 식량의 양은 생각보다 상당합니다.
2. 대량 구매와 대량소비의 일상
생활이 윤택해진 1980~90년대 이후, 우리는 식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시장에서 소량씩 사서 거의 남기지 않고 먹던 문화가 여러 사회 변화와 맞물리며 '대량 구매 중심'의 소비 방식으로 전환된 것인데요.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아래의 4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1. 냉장고 보급
2. 대형 유통의 등장
3. 자동차 보급
4. 도시화와 맞벌이 증가로 인한 소비 시간 구조의 변화
하지만 이렇게 사들인 식품이 항상 전량 소비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에서 식품이 낭비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연구에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폐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과잉 구매와 대용량 포장 구매를 지적합니다. 할인 행사나 묶음 판매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구매했다가 결국 소비하지 못하고 버리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버리는 음식의 상당수는 가정에서 나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폐기량의 약 60%가 가정에서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1인당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74kg의 식품이 가정에서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유엔 환경계획, Food Waste Index Report 2021).
마트에는 ‘1+1’이나 ‘2+1’과 같은 소비 단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개별 가격만 보면 묶음 제품이 더 저렴해 보입니다. 동네 마트에서 필요한 만큼 사는 것보다 식자재 마트에서 한 번에 많이 사는 일이 더 합리적인 소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장바구니에 담게 되고, 결국 필요 이상을 사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문제는 우리가 절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식품의 낭비는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3. 클릭 한 번의 식탁
얼마 전 냉장고를 열어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많은 음식은 언제 다 먹지? 냉파를 먼저 하고 장을 봐야 할 텐데.”
냉파는 ‘냉장고 파먹기’의 줄임말로,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이 표현은 2010년대 요리 커뮤니티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퍼졌으며, 대형 냉장고와 대량 구매 문화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생활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냉파를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애들이 치킨을 시켜 달래서 결국 치킨을 시켰답니다.”
냉장실에는 채소와 반찬이 가득하고 냉동실에는 고기와 냉동식품이 꽉 차 있습니다. 라면과 쌀, 레토르트 식품까지 합치면 당장 장을 보지 않아도 한동안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죠. 이렇게 음식이 가득한데도 또 무언가를 주문하고 싶습니다.
이제 음식은 시장에 나가 사 오는 물건이라기보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고르는 서비스에 가까워졌습니다. 앱을 열고 몇 번만 누르면 음식이 집 앞으로 도착합니다.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요리할지 고민하기보다, 손가락 몇 번으로 메뉴를 선택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배달 음식이 오래전부터 존재하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즉시 배달 문화는 스마트폰과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음식 주문은 '전화 한 통'에서 '앱 클릭 몇 번'으로 바뀌었습니다.
4. 저장과 즉시 소비의 공존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편리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식품 소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조리하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냉장고는 그 식재료를 보관하는 공간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냉장고 속 음식과 별개로 언제든지 외부에서 음식을 들여올 수 있습니다. 집 안에는 식재료가 있고, 동시에 집 밖에는 언제든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식탁은 더 이상 가정 안에서만 준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 전체와 연결된 공간이 되었습니다.
편리함은 분명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고민도 생깁니다. 냉장고 안에 이미 음식이 있는데도 또 주문하게 되고, 미처 먹지 못한 식재료는 결국 버려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대량으로 식재료를 저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즉시 소비되는 음식을 계속 주문하는 조금은 모순적인 식생활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냉장고는 점점 커지고 배달은 점점 빨라집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식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가장 쉽게 음식을 버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풍족한 식탁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장수의 식습관으로 늘 언급되는 것은 의외로 ‘소식(少食)’입니다.어쩌면 지금 우리의 식탁은 풍요와 절제 사이의 균형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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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홀씨단 소개
공익홀씨단은 광명시공익활동지원센터 소속으로 공익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지역소식, 인터뷰, 공익칼럼 등을 작성하는 공익활동 기자단입니다.
시민기록자로서 사회적가치 확산을 위해 활동합니다.
1. 커진 냉장고와 저장의 시대
1965년 금성사가 한국 최초의 국산 냉장고를 생산·판매했다고 합니다. 이때만 해도 냉장고는 부유한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가전제품이었습니다. 위아래로 냉동과 냉장이 나뉘어 있던 그 시절의 작은 냉장고는 70~80년대를 거치며 점점 커졌고 보급률도 크게 늘었습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거의 모든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 첫 냉장고의 가격은 약 10만 원 안팎이었고 용량 역시 지금 냉장고의 약 1/8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냉장고 가격은 백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에 이르고, 용량 또한 900리터를 넘는 대형 제품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여기에 1995년 처음 출시된 김치냉장고의 보급까지 더해지면서, 오늘날 일반 가정의 냉장·냉동 저장 용량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합쳐 약 1,500리터에 이르는 경우도 흔합니다. 말 그대로 작은 식품 창고가 집 안에 들어온 셈입니다.
이를 식품 저장량으로 환산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약 2~4개월 정도의 식량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여기에 별도의 냉동고를 두는 집도 있으니, “집집마다 몇 달 전쟁이 나도 집안에서 몇 달은 버틴다.”라는 농담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우리 집 냉장실을 들여다보면 채소와 반찬, 장류가 가득하고 냉동고에는 고기와 냉동식품이 빼곡히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실온에 보관 가능한 라면이나 쌀, 레토르트 식품까지 더하면 가정이 보유한 식량의 양은 생각보다 상당합니다.
2. 대량 구매와 대량소비의 일상
생활이 윤택해진 1980~90년대 이후, 우리는 식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시장에서 소량씩 사서 거의 남기지 않고 먹던 문화가 여러 사회 변화와 맞물리며 '대량 구매 중심'의 소비 방식으로 전환된 것인데요.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아래의 4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1. 냉장고 보급
2. 대형 유통의 등장
3. 자동차 보급
4. 도시화와 맞벌이 증가로 인한 소비 시간 구조의 변화
하지만 이렇게 사들인 식품이 항상 전량 소비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에서 식품이 낭비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연구에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폐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과잉 구매와 대용량 포장 구매를 지적합니다. 할인 행사나 묶음 판매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구매했다가 결국 소비하지 못하고 버리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버리는 음식의 상당수는 가정에서 나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폐기량의 약 60%가 가정에서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1인당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74kg의 식품이 가정에서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유엔 환경계획, Food Waste Index Report 2021).
마트에는 ‘1+1’이나 ‘2+1’과 같은 소비 단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개별 가격만 보면 묶음 제품이 더 저렴해 보입니다. 동네 마트에서 필요한 만큼 사는 것보다 식자재 마트에서 한 번에 많이 사는 일이 더 합리적인 소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장바구니에 담게 되고, 결국 필요 이상을 사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문제는 우리가 절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식품의 낭비는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3. 클릭 한 번의 식탁
얼마 전 냉장고를 열어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많은 음식은 언제 다 먹지? 냉파를 먼저 하고 장을 봐야 할 텐데.”
냉파는 ‘냉장고 파먹기’의 줄임말로,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이 표현은 2010년대 요리 커뮤니티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퍼졌으며, 대형 냉장고와 대량 구매 문화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생활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냉파를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애들이 치킨을 시켜 달래서 결국 치킨을 시켰답니다.”
냉장실에는 채소와 반찬이 가득하고 냉동실에는 고기와 냉동식품이 꽉 차 있습니다. 라면과 쌀, 레토르트 식품까지 합치면 당장 장을 보지 않아도 한동안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죠. 이렇게 음식이 가득한데도 또 무언가를 주문하고 싶습니다.
이제 음식은 시장에 나가 사 오는 물건이라기보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고르는 서비스에 가까워졌습니다. 앱을 열고 몇 번만 누르면 음식이 집 앞으로 도착합니다.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요리할지 고민하기보다, 손가락 몇 번으로 메뉴를 선택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배달 음식이 오래전부터 존재하기는 했지만, 지금과 같은 즉시 배달 문화는 스마트폰과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음식 주문은 '전화 한 통'에서 '앱 클릭 몇 번'으로 바뀌었습니다.
4. 저장과 즉시 소비의 공존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편리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식품 소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조리하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냉장고는 그 식재료를 보관하는 공간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냉장고 속 음식과 별개로 언제든지 외부에서 음식을 들여올 수 있습니다. 집 안에는 식재료가 있고, 동시에 집 밖에는 언제든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식탁은 더 이상 가정 안에서만 준비되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 전체와 연결된 공간이 되었습니다.
편리함은 분명 커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고민도 생깁니다. 냉장고 안에 이미 음식이 있는데도 또 주문하게 되고, 미처 먹지 못한 식재료는 결국 버려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대량으로 식재료를 저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즉시 소비되는 음식을 계속 주문하는 조금은 모순적인 식생활을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냉장고는 점점 커지고 배달은 점점 빨라집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식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가장 쉽게 음식을 버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풍족한 식탁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장수의 식습관으로 늘 언급되는 것은 의외로 ‘소식(少食)’입니다.어쩌면 지금 우리의 식탁은 풍요와 절제 사이의 균형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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